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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체를 영하고 보니 성혈이 덩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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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0    조회 1769
[3화]
 

신앙생활을 하다보면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기 애매한 궁금증이 생기곤 합니다. 본당 신부님, 수녀님께 여쭙자니 너무 사소하고, 부모님께 여쭙자니 많은 실망만 안겨드릴 것 같습니다.
친구들에게 물어보려니 내 친구들도 모를 것 같은 그런 신앙고민들... 여러분! "창피해도 괜찮아요”
인터넷 뉴스페이지 <가톨릭서울>에서 애매한 신앙고민들을 해결해드리겠습니다.


그림 simon  
 

이번 주 <창피해도 괜찮아>25무언지모니카 자매가 보내온 질문으로 함께합니다.

 

Q. 안녕하세요.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는 무언지모니카입니다. 지난 화요일 본당 청년들과 12일로 사순피정을 다녀왔습니다.

 

피정을 마무리하는 파견미사에서 영성체를 할 때의 일입니다. 이틀간의 떼제 기도로 전 매우 홀리(holy)한 상태였습니다. 급기야는 파견미사 때 영성체를 하러 뛰어나갔죠. 함께 있던 청년들 중에서 가장 먼저 성체를 받아드니 제 눈엔 감격의 눈물까지 맺혔습니다. 신부님께서예수님의 몸하고 성체를 건네주셨고, 저는 두 눈을 꼭 감고 아멘~”하고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아아~ 아멘, 아멘...이제와 영원히 아멘. 그리고 조심스럽게, 아주 정성껏 성체를 입으로 가져와 모셨습니다.

 

그런데... 눈을 뜨고 보니 한 단계(?)가 더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신부님 옆에 살짝 떨어져 서있던 복사(服事) 친구의 손에는 반짝이는 성작이 포도주를 1/3쯤 담은 채 들려 있었지요. 복사도 저도 당황한 나머지 우리는 5초간 소리 없이 눈싸움을 벌였습니다. 복사를 서던 동생은 약간 멋쩍은 얼굴로 성작을 살짝 들어보였지요. 모처럼 양형영성체를 할 기회(?)였던 겁니다. 그냥 들어갈 수는 없고, 이미 입으로 모신 성체는 눈 녹듯 녹아버린 상태이고... 뒤에 섰던 친구는 빨리 비키라며 옆구리를 쿡 찌르는 데 어찌해야할지 대략난감이었어요.

 

고민 끝에 저는 조심스럽게 새끼손가락을 펼쳐들었습니다. 마치 종갓집 며느리가 장독에 담근 간장을 맛보듯, 그렇게 다소곳이 새끼손가락을 성혈에 가져다 댔습니다. 손가락을 성작으로 가져가는 순간부터 입으로 가져오는 순간까지, 제 자신도 이게 맞나 싶었지만 저는 어쨌든 모든 이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그렇게 성혈을...모셨습니다.ㅠㅠ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격이지만, 이미 성체를 입에 모신 경우에는 양형영성체를 어떻게 이어가야 할까요? 저의 새끼손가락 신공은 모양새는 좀 그렇긴 하더라도 잘 한 것일까요? 제발 괜찮다고 해주세요, 괜찮아 신부님!!!

 

A. 무언지 자매님! 안녕하세요? 괜찮아 신부입니다.

 

피정에서 양형영성체를 하셨나봐요? 양형영성체란 미사 때 축성된 성체()와 성혈(포도주)를 함께 받아 모시는 영성체입니다. 미사 때 자세히 살펴보면 신부님이 먼저 성체를 영하고 잔을 들어 안의 성혈을 모시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언젠가 제가 보좌신부 때 혼인미사를 집전했던 때가 생각나네요. 많이 시끄러웠는데, 신랑신부만 신자였고 양쪽 하객들은 신자가 몇 명 없었어요. 저는 영성체 때가 되어 여느 때처럼 성체를 영하고 이어서 성혈을 영했어요. 그런데 앞에 앉은 어떤 연세 드신 할아버지(신자는 아닌 것으로 사료됩니다만;;)께서 아니! 젊은 사람이 왜 혼자서만 먹고 마시는 거야?”라고 혼잣말을 하시는 거예요.

그 목소리가 너무 커서 아마 주위 사람들이 다 들었을 거예요
. 저는 깜작 놀란 한편, 무진장 웃음이 나서 성혈을 영하다가 그만 입 밖으로 뱉을 뻔 했습니다. 억지로 입을 틀어막아 대형참사(?)는 면했지요.
 

미사를 집전하는 신부님들과는 다르게 요즘 신자들은 미사 때 성체만 영하죠. 보통 피정 때 피정자들의 숫자가 많지 않은 경우 양형영성체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교회가 처음 생겼을 때는 모든 신자들이 성체와 성혈을 모두 모셔 양형영성체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중세이후에 신자들은 성체만 영하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성체만 받아 모셔도 그리스도께서 온전히 계신다는 믿음 때문이었지요. 그리고 미사에 참례하는 신자 수도 점점 많아져 성혈을 일일이 마시게 하려면 시간도 엄청 많이 걸렸을 거예요. 그러다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전례개혁 이후 일부 경우에는 양형영성체를 하게 허락했지요.

보통 지금은 세례나 견진, 혼인이나 서품식, 수도자 서원 미사 때 그 해당자들에게 양형영성체를 하게합니다. 혼인 경축(은혼축, 금혼축)과 수도 서원 경축(은경축, 금경축) 때 그 해당자들에게, 그리고 병자의 집에서 미사를 집전할 때 그 참석자들에게도 허락합니다. 또한 피정이나 각종 회합 미사 때 그 해당자들에게도 할 수 있고요. 무언지 자매님은 여기 피정에 해당되는 거지요.

 

양형영성체 방법은 성체를 성혈에 살짝 찍어 영하든가, 만약 무언지 자매님처럼 성체를 먼저 영했을 경우엔 성혈의 잔을 들어 마시면 됩니다. , 조금만 마셔야지 다 마시면 안 됩니다. 실제로 성작을 들어 안에 든 성혈을 원 샷으로 마시고 비틀거리는 사람도 본 적이 있어요.

 

자매님은 그렇게 하진 않으셨고, 맨 손가락으로 성혈을 찍어 영했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해도 성혈을 영한 것이 되니 걱정은 마세요. 다만, 이제 양형영성체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알았으니 다음부터는 손가락으로 찍어 영하지는 마세요. 뒷사람의 비위와 건강도 생각하는 훈훈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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