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 229개 본당 소식을 만나보세요.

[본당·단체]  불광동성당 건축물, 서울시 미래유산 등재
   단축 Url : http://newsseoul.catholic.or.kr/?i=80
2015-04-30    조회 2292


서울대교구 불광동성당(주임 김민수 신부)의 대성전 건물이 서울시 미래유산에 등재되었다. ‘서울시 미래유산’이란 아직 보존기간이 짧아 문화재로 등록되지는 않았지만,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 가운데 미래 세대에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무형 유산’을 말한다. 이번에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선정된 불광동성당은 이미 오래전부터 건축문화적 가치를 높이 평가받아왔다.
한국 현대건축의 거장 건축가 김수근 바오로(1931-86)의 말년의 대표작인 불광동성당은 한국 현대건축을 대표작들 반열에 올라있으며, 올해로 지은 지 30년을 맞는다.  

 

불광동성당 건축물은 우선 수직으로 잘게 나눠진 벽채를 따라 경사진 지붕이 가운데로 모이며 마치 양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외형의 강한 형태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신자들이 마당에서 대성전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신앙적 체험으로 풀이해 ‘길과 건축의 친근한 소통’을 담은 이동 경로이다. 성당 마당에서 경사진 진입로를 따라 올라 내부 홀을 관통하고 다시 밖으로 이어지는 길은 성전 외벽을 감싸며 십자가의 길과 함께 기도와 묵상의 공간을 이루면서 건물 뒤편의 성모동산을 향해 올라 동선의 정점을 이루며 대성전 입구에 다다른다.  

 

 

건축가 김수근은 1층 로비 홀도 바닥 재료를 마당과 진입로처럼 벽돌로 깔아 내부 통로가 대성전으로 이르는 길의 연속으로 느껴지게 했고, 이런 개념을 극대화하기 위해 로비 홀 전면과 후면에 문을 없애, 마치 길이 건축물을 통과해 지나가도록 해두었다. 성전에 이르는 길의 성격을 종교적으로 강하게 드러내려 한 셈이다. 나중에 관리 차원에서 문을 설치하고, 내부 주요 공간을 리모델링하는 가운데 로비 바닥재도 화강석으로 교체했지만, 진입로에서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성전을 향해 나가는 연속성의 개념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 길은 성전 건축을 휘감으며 계단과 경사로로 구성된 사색의 길이며, 전례 공간인 대성전에 이르기 전 신자들의 신심을 정화해주는 ‘외부의 성전’과도 같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 길을 통해 대성전에 이르면, 거대한 부피에도 불구하고 개방적인 내부 공간을 만난다. 옹벽구조의 콘크리트 벽채와 양측 벽채를 잇는 보가 구조를 안전하게 해주어 미사 예절 공간인 회중석이 기둥 없이도 넓은 공간 확보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변화된 전례 예식의 개념을 충실히 따르는 자율성과 보편성의 가치와도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중세 고딕성당처럼 벽채들 사이 수직으로 좁고 길게 난 창에는 색동옷 무늬 같은 스테인드글라스를 장식해 영롱하고 신비로운 빛이 대성전 안을 극적으로 비추게 하고 있다. 

 

 

 

이 같은 건축공간과 더불어 성전 안팎에는 신자들에게 영성적 삶의 길을 안내하는 유명한 작가들이 빚은 성미술품이 곳곳에 자리해 있다. 성당 마당의 예수성심상과 성 김대건 신부상, 성전 내부 제대의 십자가와 십자가의 길 14처상은 조각가 고 김세중의 작품이며, 제단의 제대와 감실, 대성전 입구 성수대 등은 디자이너 민철홍 서울대 교수가, 성전으로 오르는 계단길 담장의 십자가의 길 14처 부조와 성체조배실 감실은 조각가 최봉자 레지나 수녀가 빚었고, 건물 정면 외벽의 ‘삼위일체’ 조형물은 공예가 주예경 건국대 교수의 작품이다.

 

이처럼 걸작으로 빚어진 불광동성당 대성전은 미사성제 전례 예절을 위한 ‘하느님의 집’으로서의 가치와 본당 신앙 공동체 교우들의 나눔과 친교를 위한 ‘우리들의 집’이 필요로 하는 친화적 소통을 아우르며, 신앙의 터 위에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무늬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글| 이주연 야고보 (건축평론가, 불광동성당 전례분과위원)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