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성당에 가면 아주 재미있는 할아버지가 한분 계셨는데, 미사 때 신부님이 강론을 시작할 때면 어김없이 “에취~~”하고 재채기를 크게 하시는 거예요. 많을 때는 10번 이상 연속으로 재채기를 하시고, 적어도 5번은 꼭 하셨지요. 재미있는 것은 강론이 끝나면 재채기도 말끔히 그쳤습니다.

요즘 메르스 때문에 기침이나 재채기를 조심하게 되지요. 메르스 뿐만 아니라 몸이 많이 아픈 경우, 무리해서 주일 미사를 가지 않더라도 집에서도 주일미사 참례의무를 대신할 수 있어요. 주일이나 의무 축일에 미사참례의 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신자는 공소예절로 그 의무를 대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사나 공소예절에도 참례할 수 없는 부득이한 경우에는 그 대신에 묵주기도, 성경봉독, 선행 등으로 그 의무를 대신할 수 있어요.

구체적으로 군인, 경찰, 소방관, 환자(노약자), 의사, 간호사, 생계를 위해 주일에도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지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주일미사 참례를 지킬 수 없는 실제적인 상황이 있습니다. 이 때 교회법은 자동적으로 주일미사 참례의 의무를 관면해 줍니다. 관면이란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될 때, 일시적으로 교회법 규정의 준수 의무에서 자유롭게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주일미사 참례의 의무를 대신하는 기도나 선행을 통해 주일을 거룩하게 보내야 하는 신자의 기본적인 본분을 다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주일미사를 대신한 것은 아닙니다. 쉽게 말씀드려서 보통 나이 드신 신자 분들 중에 "오늘 주일미사 못가니까 주님의 기도 33번으로 대신했다"는 표현은 잘못된 것입니다. 또한 자신의 상태가 관면의 대상이 되는지는 본인의 양심에 맡겨야겠지요. 하느님만이 우리 마음을 잘 아시니까요.

요즘에 전염을 방지하기위해 교구나 성당마다 단체 행사를 취소하거나 성수를 사용하지 않는 등 노력하고 있어요. 혹시 걱정되시는 분들은 미사 때 마스크를 써도 됩니다. 각자가 건강에 주의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 가운데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 신자들은 힘든 병중에 있는 사람들과 이를 퇴치하고자 구슬땀 흘리는 이들을 기억하고, 이들에게 주님의 은총이 함께하시길 기도해야할 것입니다. 메르스와 싸우고 계신 모든 분들을 위해 ‘괜찮아’ 신부도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