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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을 거룩하게 지내라는데, 나는 알바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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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4    조회 2922
[창피해도 괜찮아 14화]
 

신앙생활을 하다보면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기 애매한 궁금증이 생기곤 합니다. 본당 신부님, 수녀님께 여쭙자니 너무 사소하고, 부모님께 여쭙자니 많은 실망만 안겨드릴 것 같습니다.
친구들에게 물어보려니 내 친구들도 모를 것 같은 그런 신앙고민들... 여러분! "창피해도 괜찮아요”
인터넷 뉴스페이지 <가톨릭서울>에서 애매한 신앙고민들을 해결해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의 ‘창피한’ 질문을 기다립니다.      이메일접수: commu@catholic.or.kr

 


그림 simon  
 

오늘은 새삼스레 십계명에 화들짝 놀란 ‘김알바 라파엘라’ 자매님의 창피한 질문과 함께합니다.

 

Q. 최근에 정말 겨우겨우 주말 알바를 구한 서울대교구 김알바 라파엘라입니다. 대학 졸업한지 벌써 5개월이 넘어가고 있는 취업준비생이자 서울 자취 3년차인 신자예요.

평일엔 종일 학원에서 자격증과 영어 공부를 하고 있고요, 토요일과 일요일에라도 생활비를 벌기 위해 대형 마트에서 주말알바를 구했습니다. 부모님께 그동안 받은 학비에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죄송할 뿐인데, 서울 올라와서 생활비까지 달라고 부탁드릴 수는 없잖아요. 알바도 취업만큼 힘들었어요. 요즘 저뿐만 아니라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알바를 하겠다고 쏟아져 나와 경쟁도 치열했거든요.

어쨌든 감사하게 얻은 주말 알바인데,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주일을 거룩하게 보내라고 십계명에도 나와 있는데, 제겐 주일이 전혀 거룩할 수 없기 때문이죠. 마음이라도 거룩하게 보낼까 했지만, 온갖 박스들과 씨름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입에서 육두문자가 튀어나오기도 하고요. 대신 저는 주일만큼은 육두문자를 내뱉고 나면 얼른 성호를 긋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창피한 질문이지만요, 괜찮아 신부님! 알바천국에 살고 있는 저는 진짜 천국에 들어가긴 힘들까요? 이렇게 성호라도 그어가며 주님을 찾는데도 십계명도 제대로 못 지켰다며 천국문 앞에서 쫓겨나는 건 아닐까요? 도와주세요!!
 

A. 김알바 라파엘라 자매님! 괜찮아 신부입니다. 많이 힘드시겠어요? 그래도 주말에 알바까지 하면서 조금이라도 부모님께 의지하지 않고 자신이 노력하려는 모습이 참 보기가 좋네요. 이왕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알바라고 그 일을 하찮게 생각하면 안돼요. 물론 라파엘라 자매님이 더 잘 아시겠지만 말이죠. 자매님과 같은 젊은이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고 나서 고민 상담을 드려도 될까요? (끄덕끄덕?? 제 마음대로 시작하겠어요.^^)

제가 아는 어느 자매님은 집안이 어려워져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셨어요. 그 자매님이 맡은 일은 매장에서 고객들에게 제품을 잘 설명하는 일이었지요. 대부분의 알바생들은 적당히 시간만 때우려 했는데, 이 자매님은 책임감이 투철한 분이었어요. 그래서 집에서 밤늦게까지 제품에 대해서 꼼꼼하게 공부를 하고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고객들에게 성심성의껏 설명을 했답니다. 그러자 같은 알바생들과 점원들은 “뭐 저렇게까지 열심히 할 필요가 있나,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하면서 조소 섞인 눈초리로 빈정거렸지요.

그런데 그 자매님은 작은 일이라도 적당이 하는 법이 없어 최대한 자신의 일을 열심히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그 마트의 본사 사장님이 몰래 마트에 왔다가 열심히 제품 홍보를 하는 자매님을 보고 감동을 받으셨대요. 그래서 그 자매님에게 마트의 각 지점 점원들을 교육하는 일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자매님은 정직원이 되었고 승진도 계속하게 되었지요. 지금은 전국의 매장을 돌며 교육을 하고, 그 회사의 모든 직원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팀의 팀장이 되었지요. 이 이야기는 동화 속 이야기도 아니고 모두 실화랍니다.

이제 주일미사 이야기로 돌아올까요? 제가 예전에 주일이나 의무 축일에 미사참례의 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부득이한 경우’에 있는 신자는 공소예절로 그 의무를 대신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드렸는데, 이번에도 이 내용을 다시 한번 더 알려드려야겠네요. 알바하다 알바천국에만 있을까봐 걱정스러운 우리 자매님이 시름을 덜 수 있도록 말이지요.

군인, 경찰, 소방관, 환자(노약자), 그 환자를 간호하는 간병인, 의사, 간호사, 생계를 위해 주일에도 일을 해야 하는 경우에 교회법은 자동적으로 주일미사 참례의 의무를 관면해 줍니다. 관면이란,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될 때 일시적으로 교회법 규정의 준수 의무에서 자유롭게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우리 김알바 자매님은 생계를 위해 주일에도 일을 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됩니다.

미사나 공소예절에 참례할 수 없는, 이러한 ‘부득이한 경우’에는 그 대신에 묵주기도 5단, 그 주일의 복음을 읽고 묵상하는 성경봉독, 선행(희생과 봉사활동) 등으로 그 의무를 대신할 수 있어요. 이렇게 참례 의무를 대신하면 고해성사를 받지 않아도 되죠. 그러고 나서 평일 미사 참례를 하시면 더욱 좋고요.

하지만 신앙 공동체 안에서 새롭게 하나가 되는 ‘주일’은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근간을 이루는 일이며 그리스도인의 의무입니다. 그리스도교의 주일은 하느님의 빛나는 자비를 시간 속에 끌어들이는 날이며, 그리스도를 통해 세상이 새롭게 된 ‘여덟번째 창조의 날’이자, 그저 일을 쉬는 것을 거룩하게 하려고 있는 것만이 아니라, 인간이 하느님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게 되리라는 것을 미리 알려주기 위해 있는 날입니다. 관면을 받더라도 이 점은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고 싶은 김알바 자매님은 자매님께 쏟아지고 있는 주님의 자비를 기억하며 조금 힘들더라도 기쁘게, 그리고 주님을 따라 사랑을 베풀며 일하시면 돼요. 그리고 부디 자매님의 삶 안에 거룩한 주일과 휴식이 주어지길 소망합니다. 낮이고 밤이고 구슬땀 흘리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청년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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