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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오전에 미사참례하고 오후에 일하러 나가면 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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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30    조회 2710
[창피해도 괜찮아 15화]
 

신앙생활을 하다보면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기 애매한 궁금증이 생기곤 합니다. 본당 신부님, 수녀님께 여쭙자니 너무 사소하고, 부모님께 여쭙자니 많은 실망만 안겨드릴 것 같습니다.
친구들에게 물어보려니 내 친구들도 모를 것 같은 그런 신앙고민들... 여러분! "창피해도 괜찮아요”
인터넷 뉴스페이지 <가톨릭서울>에서 애매한 신앙고민들을 해결해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의 ‘창피한’ 질문을 기다립니다.      이메일접수: commu@catholic.or.kr

 


그림 simon  
 

지난 ‘김알바 라파엘라’ 자매님의 사연에 뒤이어 주일미사 참례에 대한 질문이 ‘또다시(!)’ 접수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안티끌 바오로’님의 질문과 함께합니다.

 

Q. 안녕하세요. 누구보다 티끌 하나 없는 신앙생활을 ‘하고 싶은’ 안티끌 바오로라고 합니다. 저는 매주 미사참례를 하지만 영성체는 하지 못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저는 매주 반복적으로 죄를 짓는 불량신자이기 때문입니다. 오전에 미사 참례를 하지만 오후에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주일파공(罷工, 의무적인 축일에 육체적 노동을 하지 않는 것)의 의무를 어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괜찮아 신부님, ‘김알바 라파엘라’ 자매님은 아예 미사를 가지 못하고 계셔도 관면이 된다고 말씀해주시던데, 저처럼 반복해서 의무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창피하지만 여쭙니다! 도와주세요!
 

A. 안티끌 바오로 형제님, 안녕하세요. 괜찮아 신부입니다. 주일에 일하느라 많이 힘드시겠어요. 바쁜 일정을 쪼개 오전에는 주일미사를 봉헌하고 계신다니 주님께서 기뻐하실 겁니다.

제가 김알바 자매님께도 늘 ‘괜찮아’하고 말씀을 드리곤 했는데, 주일에 성당에 가지도 못하고 일하며 쩔쩔매고 있는 우리 신자분들이 죄를 짓는다는 불안감을 갖기에 앞서 주일의 의무를 지키는 것의 의미를 잘 기억하고 계시길 바라 다시 한 번 설명을 드립니다. 미사참례에 대한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걸 보니, 역시 교우들께 주일미사 참례는 신앙생활의 핵심인 만큼 궁금한 점도 많은가 봅니다^^

요즘은 ‘주일 파공’이라는 말이 생소하지요. 교회는 교우들이 주일을 거룩히 지내는 최소한의 방법으로 현행 교회법전 제1247조에서 알려주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신자들이 주일과 의무 축일 미사에 참례할 의무가 있다고 말하면서 또한 하느님께 바쳐야 할 경배, 주님의 날의 고유한 기쁨 또는 마음과 몸의 합당한 휴식을 방해하는 일과 영업을 삼가야 한다고도 밝히고 있습니다.

이것을 예전에는 파공(罷工, 라틴어 Abstinentia ab operis et negotiis)이라고 말하였는데, 하느님께 바치는 경배를 방해하는 일과 상행위, 주님의 날의 기쁨을 가로막는 일과 상행위, 내적 및 외적 휴식을 방해하는 일과 상행위를 축일에 피해야 할 일들임을 뜻합니다. 따라서 파공을 지킨다는 것은 미사 참례 외에 주일과 의무 대축일의 정신에 맞는 하루가 되게 하고 동시에 신심의 휴식도 되게 지내라는 뜻도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저희 어머니께 들은 이야기예요. 어찌된 일인지 한 게으른 청년이 이 파공의 교리를 잘못 이해해서 주일에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으로 받아들였답니다.

그렇잖아도 게으른 청년이 ‘옳다구나’ 싶어 주일에는 아예 아무것도 안하고 손 하나 까딱 하지 않고 누워있었대요. 아무리 배고파도 물도 한 모금을 안마시고 지냈답니다. 그렇게 반복을 하다 보니 아예 주일에는 아무것도 안하고 지내는 것이 일상화됐지요.

그런데 어느 날 집에 불이 난거예요. 누워있는 그 청년에게 불길이 다가오는데도 글쎄 청년은 꼼짝도 안하고 있었어요. 주일이었거든요. 불이 막 그 청년의 머리를 태우니 보다 못한 동네 사람들이 달려들어 황급히 물을 끼얹고 청년을 끌어내 다행히 큰 화는 면했대요. 그런데 머리가 홀랑 타고 그나마 남은 머리카락은 꼬불꼬불해졌다네요. 한동안 가관이었대요. 파공을 너무 극단적으로 해석하고 그것을 그대로 실천한 거지요.

파공을 뜻하는 라틴어 단어 중 Abstinentia는 절제, 자제, 금욕 등을 뜻하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금육재와 금식재도 고기와 음식을 자제, 절제하는 의미로서 같은 단어를 사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파공의 경우에는 금육재와 금식재처럼 참회와 고행의 방법으로서가 아니라 ‘축일’ 특별히 의무축일에 대한 ‘몸과 마음의 자세’로서 현행 법전에 언급됩니다.

따라서 주일파공은 의무 축일과 주님의 날인 주일에 대한 기쁨과 하느님 경배에 관한 몸과 마음의 준비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도록 우리를 이끌어 줍니다. 이는 주일 미사 참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주님 뜻에 맞게 보내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의미합니다.

안파공 형제님의 질문으로만 보아서는 형제님이 왜 일을 하고 계시고 어떤 일을 하시는지 알 수는 없지만,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 생계 때문일 것이라 추측합니다. 앞선 질문에 드린 답변처럼 ‘괜찮아요’! 더욱이 오전에는 미사참례를 하고 계시니 주일 의무를 지키고 계신 겁니다. 하지만 주일만 지키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우리가 삶 속에서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선행을 실천하는 ‘주일 파공’의 본 의미를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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