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하신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가 여러분 모두에게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1년 전 오늘, 온 국민은 세월호 참사의 비극을 목격 하며 큰 슬픔에 빠졌습니다.

사랑하는 자식과 가족들을 잃은 유가족들은 성모님처럼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루카 2,35)극심한 고통을 당하셨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보다 더 큰 슬픔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 슬픔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희생된 분들의 영원한 안식을 빌며 유가족들의 아픔을 하느님께서 끌어안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당시에 구조된 사람들 중에 많은 분들이 지금까지 몸과 마음에 심한 고통을 겪고 계십니다. 이분들도 함께 기억하며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을 기도합니다.

세월호 참사로 몸과 마음에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은 분들에게 우리가 위로가 되어 주어야 합니다. 단기간의 관심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 공동체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 그분들의 아픔이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구조현장에서 자신을 희생하며 최선을 다해 구조 활동을 하신 분들, 봉사자들, 특히 구조 활동을 하다가 목숨을 잃은 분들의 고귀한 희생도 이 미사 중에 기억합니다.

사고가 난지 1년이 지난 오늘까지 유가족은 물론 일반 국민들의 마음은 여전히 고통과 슬픔으로 가득합니다.

그나마 작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은 작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교황님은 작년 8월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신 후, 특별히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인하여 생명을 잃은 모든 이들과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을 성모님께 의탁하시면서 주님께서 세상을 떠난 이들을 받아주시고 울고 있는 이들을 위로해 주시기를 기도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서 모든 한국 사람들이 슬픔 속에 하나가 된 것처럼 공동선을 위해 연대하고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시간이 흘렀지만 작년 안산의 합동 분향소에서 보았던 수백 명의 영정 사진이 자주 생각납니다.

영정 사진속의 어린학생들은 마치 금방이라도 뛰어나와 웃으며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영정 사진들을 보며 저는 기성세대의 한사람으로 너무 미안하고 얼굴을 들기가 부끄러웠습니다.

밝은 대낮에 아무런 죄가 없는 생명들이 사라져가는 것을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에 우리 모두는 진정으로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이제는 시간이 흘렀으니 적당히 잊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은 시간이 흘러도 잊을 수도 없고 또한 결코 잊어서도 안됩니다.

기억한다는 것은 마음속에 그 의미를 되새기고 기념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세월호가 주는 교훈과 의미를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재난에서 벗어나는 길은 재난에서 배우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참사를 겪지 않기 위해서도 마음이 아프지만 늘 기억해야 합니다.

1년 전 바다 속으로 침몰한건 세월호 뿐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가치관도, 배려심도, 국가적 자존심도 저 바다 밑으로 침몰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서 믿음이라는 가치가 끝없이 침몰해 버렸습니다.

남을 돌보지 않고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세상, 누구의 말도 믿을 수 없는 불신과 의심과 반목이 지배하는 사회, 우리가 그런 사회에서 살고 있다면 이 얼마나 슬픈 일입니까? 그런 사회에는 희망과 미래가 없습니다.

세월호의 침몰은 우리사회가 가지고 있는 부끄러운 단면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승객들의 생명을 보호해야하는 의무를 저버리고 자신들의 목숨만을 구한 선장, 선원들의 직업윤리의 부재, 그리고 오랜 세월 겹겹이 쌓여온 공직사회의 잘못된 관행들, 우리사회 전반에 무감각하게 퍼져있는 안전 불감증, 우왕좌왕했던 정부의 재난대응시스템의 허점 등 많은 부족함 들이 그 실체를 드러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세월호 침몰이라는 결과로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세월호 참사 이면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물질만능주의, 성공주의, 경쟁 위주의 메마른 삶이 우리를 지배하여 온갖 사회병리적인 현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자연히 우리는 자신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과연 우리는 우리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 것인가? 그래서 우리 모두 다시 반성하고 회개해야 합니다. 회개는 우리 자신의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고 세상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철저히 하는 것입니다.

정부도, 지도자들도, 교회도, 그리고 개개인도 진정한 반성과 회개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잘못이란 말이 잘못을 저지른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닙니다. 다시는 이러한 참혹한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위해서도 정부는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한 원인 규명과 함께 책임자를 가려내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사회 부조리를 바로 잡고, 국민들에게 약속한 제대로 된 재난대응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가 1년이 지난 지금 어떠합니까?

아직 세월호 사건 해결의 첫 매듭도 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고 답답합니다.

또한 여전히 세월호 사건의 진실규명과 온전한 선체인양 여부, 그리고 최근 해양수산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안 문제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 모든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겠습니까?

만약 내 자식이 세월호에서 희생되었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자녀를 졸지에 잃은 부모님의 아프고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모든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고통 받는 이의 마음을 진정으로 위로하고 그들의 눈물을 씻어주는 길입니다.

이번 희생자들은 지금 살아있는 우리들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요?

희생자들은 분명히 “이런 끔직하고 불행한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더 이상 우리같이 무죄한 이들이 고통 받고 죽어가는 일이 없기를 원합니다” 라고 할 것입니다.

무죄한 이들의 죽음을 무가치하게 만드는 것 보다 슬픈 일은 없을 것입니다.

무죄한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는 이 아픔을 기억하면서 교황님께서 재작년 람페두사로 향하던 선박의 침몰로 많은 이민자들이 세상을 떠났을 때 하셨던 강론말씀을 떠올리게 됩니다.

교황님은 “불행하게도 이런 사건은 반복되어 일어납니다. 오늘날 우리는 하느님께서 모두를 위해 만들어 주신 세상을 더 이상 돌보거나 살피지 않습니다. 슬픔에 빠진 이들을 위해 울어주고 기도하라”고 당부하십니다.

그리고 “나는 죄가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공동체의 책임을 강조하고 불의에 대한 타협과 우리 자신의 안위만을 위한 편협함, 무관심에 대해 용서를 청하라“고 하십니다.

저도 이러한 무관심과 편협함에 대해서 혹시 내 마음 안에 이러한 것이 있었는지를 돌아보며 저 역시도 참회하고 용서를 청합니다.

“주님!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시고, 유족들과 아파하는 이들의 고통을 어루만져주시며 부활하신 주님께서 주시는 은총과 평화가 그들에게 위로가 되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