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simon  
 

오늘은 견진성사 교리를 앞두고 고민에 빠진 ‘귀차나 루피나’ 자매님의 창피한 질문과 함께합니다.

Q. 안녕하세요! 초등학생 때 첫영성체를 하면서 세례를 받았고, 견진성사를 받으라는 ‘명령’을 받은 열일곱 살 ‘귀차나 루피나’입니다. 지난 주일 중고등부 미사에서 본당 신부님의 호명을 받았어요. “귀차나 루피나! 아무리 귀찮아도 견진성사는 받아야지! 이번 견진성사 꼭 신청해!”

친구들도 그렇고 이날 미사에 함께하신 신자분들은 이 말씀을 다 들으셨기 때문에 견진성사가 무엇인줄도 모르고 저는 견진성사 교리를 신청했어요.^^;; 교리를 들으러 나가는 것도 다 좋은데, 견진성사는 왜 받아야 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괜찮아 신부님! 견진성사를 받는다고 영성체를 두 개(?) 더 받아 모실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세례성사를 받았으면 이걸로도 충분한 것 아닌가요? 견진성사는 왜 받는 걸까요? 가르쳐 주세요!
 

A. 안녕하세요? ‘귀차나 루피나’양, 괜찮아 신부입니다. 예전에는 주일학교 선생님들이 세례성사는 태어나는 성사, 견진성사는 어른이 되는 성사라고 가르쳤어요.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중학생이던 친누나가 견진교리반에 들어가서 견진성사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저는 어른이 되는 누나가 부러웠던 나머지 제한연령에 걸리는데도 쫄래쫄래 누나를 따라 교리반에 들어갔지요. 그런데 저를 본 수녀님이 “너 몇 학년이니?”하고 물으시더라고요. 어린마음에 그만 한 학년 올려 “6학년인데요, 얼마 후 내년 봄에 졸업해서 중학교 갑니다”고 거짓말을 했어요. 그랬더니 수녀님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그래~~!”하고 난감해하시더라고요. 당시 전 친구들에게 중학생이 되어야 견진성사를 받을 수 있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그 다음 주, 누군가의 밀고(?)로 수녀님께서는 제가 학년을 속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셨습니다. 그래서 수녀님께서는 제가 거짓말을 했다며 크게 혼내셨지요. 저는 당연히 견진반에서 쫒겨났고요. 그때 얼마나 창피하던지 얼굴을 들 수가 없었어요. 아직도 기억이 나는 건 제 친누나가 안면을 싹 바꾸고 절 모른 체 하더라는 겁니다. 본인도 창피 당할까봐 그랬겠지요.ㅋㅋㅋ

저는 2년을 기다려 중학교 1학년 때 견진성사를 받았습니다. 재미있게도 나중에 제가 사제품을 받고 처음 보좌신부로 부임을 했을 때 본당에 익숙한 얼굴이 있는 거예요. 바로 어릴 적 견진반에서 저를 내쫓았던 수녀님이셨습니다. 수녀님은 당연히 그때의 일은 기억하지 못하셨죠.

견진성사는 일종의 성인식과 같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서 너무 어린 사람에게는 견진성사를 주지 않습니다.

견진성사는 세례성사, 성체성사와 더불어 가톨릭교회의 입문성사에 속합니다. 견진성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은 세례성사를 받고 ‘은총의 상태’에 있는 가톨릭 신자여야 합니다. ‘은총의 상태’에 있다는 것은 대죄(죽을 죄)를 짓지 않은 상태에 있음을 말합니다.

교회에서 받는 세례성사의 은총은 아주 풍요로운 것입니다. 세례의 은총으로 신자들은 원죄와 모든 죄가 사해지고,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며, 성령께서 머무시는 성전이 되어 우리를 새로 태어나게 합니다.

견진성사는 세례를 완성하는 성사이며, 이 성사를 통해 우리는 성령의 은사를 받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더욱 성숙한 신앙인이 되고, 특히 말과 실천으로 그리스도교 신앙을 증거하도록 도와준답니다. 때문에 견진성사를 '그리스도인의 성숙을 위한 성사' 라고도 합니다.

견진 받는 사람이 주님께 믿음을 고백할 때, 하느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아이야, 나도 너를 믿는다. 그리고 너에게 나의 영, 곧 나 자신을 선물하겠다. 나도 온전히 네 것이 되고, 현세의 삶이나 영원한 삶에서도 결코 너와 떨어지지 않겠다. 나는 네 몸과 마음, 네 말과 행동 속에 있을 것이다. 네가 나를 잊는다 해도 좋은 날이나 궂은 날이나 나는 네 곁에 있을 것이다.”

보통 세례성사의 집전자는 각 성당에 파견된 신부이지만, 견진성사의 집전자는 각 지역교회의 주교이며, 죽을 위험에 처한 사람이 있는 경우처럼 특별한 때에는 주교의 위임을 받은 신부도 집전할 수 있습니다.

견진성사는 주교의 안수와 축성성유의 도유(기름 부음)로 이루어집니다. 안수는 하느님의 축복과 은총을 전해주는 상징적 행위이고, 도유는 우리가 하느님의 사명을 부여받은 사람으로 선발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견진성사를 포함한 일곱성사는 주님께서 우리에게 내려주신 큰 선물이고 은총입니다. 루피나 양, 아무리 귀찮아도 우릴 정말 사랑하시는 분이 마련하신 선물은 소중하게 받아 가야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