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평범한 사람처럼 피자를 사먹어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하루를 보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교황청의 요리 신간을 읽어본 후에 어쩌면 당신은 교황처럼 온갖 진미로 가득한 저녁식탁을 꿈꾸게 될 지도 모르겠다.

『더 바티칸 쿡북(The Vatican Cookbook)』은 바티칸에서 대대로 교황을 호위해온 스위스 근위대가 엮어 낸 요리책이다. 책에 실린 레시피와 이에 얽힌 이야기들은 교황청 근위대 소속이자 요리사인 데이비드 가이저(David Geisser, 25)가 정리했다. 이 요리책은 대대로 교황들, 추기경들, 대주교들, 그리고 근위대원들이 즐기던 사치스러운 레시피를 통해서 교황청의 일상을 엿보게 한다.
 

△ 스위스 근위병 데이비드 가이저가 자신이 쓴 '바티칸 쿡 북' 이탈리아어판은 들고 있다. (사진 출처: Huffington Post)

여기에서 ‘사치스럽다’는 표현은 과하지 않다. 이 요리책은 뇨끼(gnocchi, 이탈리아 대표적인 전통요리로 우리나라의 수제비와 비슷함)에서부터 치즈 토르테(cheese torte, 크림, 초콜릿, 과일 등을 혼합한 것으로 채운 케이크)와 구운 돼지고기찜(braised pork roast) 등 입에 침이 고이게 할 만한 레시피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이 요리책의 레시피는 사실 소박하고 비교적 간단하다.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National Public Radio)은 “이 책은 교황청 축제용이 아니라 바티칸의 가장 평범한 일상생활을 잠깐 엿볼 수 있는 책이다”고 소개했다.

『더 바티칸 쿡북』은 교황청의 일상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인물별, 장소별, 행사별로 섹션을 나누어 초점을 맞추었다. 각각의 섹션에서는 선별된 테마 레시피와 바티칸 일상에 대한 설명이 따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 출신으로 페퍼 샐러드와 엠파나다(Empanadas, 남미식 만두), 소고기(colita de cuadril, 소 엉덩이살, 영어로는 ‘tri-tip’이라고 부른다)를 주로 즐긴다. 또한 둘체 데 레체(dulce de leche, 연유 위에 캐러맬을 녹여 올린 것), 푸딩(sweet pudding), 알파호레스(alfajores, 남미지역 대표과자), 돌체 데 레체 필링이 들어간 쿠키샌드위치 등을 디저트로 즐겨 찾는다.
 

△ 소 엉덩이살, 엠파나다, 알파호레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할애된 부분에서 근위병 데이빗 가이저와 공동저자인 다른 요리사는 교황과 관련된 감동적인 이야기를 소개한다. 2014년 월드컵이 한창이던 때, 교황청 스위스 근위대는 아르헨티나와 맞서고 있는 스위스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르헨티나가 스위스를 꺾고 8강에 오르게 되었다. 다음 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이저에게 스위스가 패해 실망했느냐고 물어보았고, 가이저는 그 날 일을 다음과 같이 기억한다고 적었다:

“저는 스위스가 이기길 바랐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지만 아르헨티나의 승리를 거수경례로 축하드렸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미소를 짓더니 잠시 자신의 처소로 돌아가셨다가 작은 페이스트리를 가지고 다시 나오셨습니다. 저에게 그 달콤한 선물을 건네주시며 미소 지으시던 교황님은 ‘약간이라도 더 좋은 하루가 되길’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날은 정말 좋은 하루가 되었고, 프란치스코 교황님과의 개인적인 순간을 생각할 때 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요리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들은 책의 중점을 입에 침이 고이는 레시피들로부터 인도주의적 운동으로 옮겨간다. 독자들이 국제카리타스(Caritas International)을 후원하도록 소개하는 것이다.

저자는 “8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만성적인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식량과 자원과 세계를 먹일 수 있는 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두를 위해 먹을 것을 제공하는 데에 필요한 것은 바로 당신의 도움입니다.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영원히.”라고 집필했다.

번역: 김예슬 아기아가다

감수: 유환민 신부 (홍보국 차장)

손예겸 마리아 (홍보국 언론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