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1985년도에) 용산 시장에서 가락 시장으로 올 때 서울시와 너무 많이 싸우고 어려운 고통을 많이 겪었습니다. 왜냐하면 용산시장에서의 30년 발자취를 여기 가락시장 황무지에서 장사를 해야 하는 게 저희에겐 너무나 힘든 환경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리저리 치이고 싸우다 이곳으로 오긴 왔습니다. 그런데 보니 사람이 얼어 죽어 있었습니다. 여긴 너무나 황무지였고, 우리 역시 장사할 엄두가 안났지요. 서울 시장님을 찾아가 ‘이렇게 하면 안된다, 먹거리를 만들 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미사를 할 곳이 없었습니다. 가락정 식당이라는 시장 내 방을 빌려 오후에 장사를 마친 뒤 여남은 명씩 모여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정말 눈물겨운 미사를 하면서 우리는 주님의 뜻을 모든 사람에게 전하기로 다짐했습니다.

레지오도 시작하고 예비자 교리도 하기 시작했는데 그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교우들은 사람이 얼어 죽은 것을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교우들과 함께 노숙인을 위한 무료급식소 ‘하상 바오로의 집’을 만들기 위해 애썼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참 힘들었습니다. 시장에서는 상행위 외에 어떤 종교행위도 할 수 없다는 시장의 규정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서초구청장인 조남호 씨가 찾아와 김수환 추기경님을 찾아가라 조언했습니다. 제가 모교인 김천중학교 재학 때 교장 선생님이시던 추기경님이 떠올랐습니다. 김 추기경님께 가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릅니다. 결국 김 추기경님이 고건 서울시장님께 사정을 전하면서 가까스로 우리는 하상 바오로의 집을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성당도 형식적으로나마 만들기 위해 임대 사무실도 얻었습니다. 그러나 관리공사 규정 때문에 미사를 단 하루만 바치고 철거를 당했습니다. 그때도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지금 이 성당은 제2대 사목회장님인 천요한 형제님이 내어주신 곳입니다. 천 형제님이 운영하는 가게의 종업원들 휴게실이었습니다. 이곳을 세 번, 네 번 고쳐 이만한 성당을 만들었습니다. 몇 번 철거를 당했지만 주님의 뜻을 전하려 애쓴 보람으로 25년이라는 오늘을 맞게 되었습니다. 염 추기경님께서도 이렇게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가락시장 준본당은 지난 달 관리공사의 허락을 받아 25년 만에 성당 현판을 설치할 수 있었다. 설립 25주년 감사미사를 봉헌한 날은 ‘하상 바오로의 집’에도 처음으로 이곳 성당 현판을 달았다.(아래 사진 참조) -
 

정리| 서동경 안나 (홍보국 언론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