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simon  
 

오늘은 34살 새내기 엄마 ‘자장자장 베로니카’ 자매님의 사연과 함께합니다.

Q. 안녕하세요, 괜찮아 신부님! 10개월 난 갓난아기를 둔 자장자장 베로니카입니다. 요즘 저의 행복은 우리 예쁜 순둥이 아가랑 함께 주일미사에 참석하는 것입니다.

저희 성당엔 유아방이 없어서 신자석 한켠에 아이를 눕혀두고 미사를 하는데요, 다행히도 아이가 순해서 잠도 많은데다 형제자매님들께서도 눈살 하나 찌푸리지 않으시고 오히려 “이렇게 어린 아이를 데려왔느냐, 기특하다”며 예뻐해 주십니다. 어찌나 감사한지 몰라요.

그런데, 이런 제게도 미사 중 진땀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신부님 곁에 선 복사가 ‘종’을 칠 때예요. ‘뎅~~’하는 묵직한 소리 때문에 아이가 깜짝 놀라 잠에서 깨거든요. 하도 신경을 써서 이제 저는 미사 중에 언제 종을 쳐야하는 지를 우리 성당 복사보다 더 잘 압니다. 복사가 종을 치려고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저는 저희 순둥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야 하거든요.

좀 철없는 질문이지만요 괜찮아 신부님, 미사 중에 종을 안치면 안 되는 걸까요? 절을 하라고 종을 치는 거라면 그냥 조용히 마이크에 대고 말해주면 될 것 같은데 왜 크게 종을 치는 건지 궁금해요!
 

A. 안녕하세요? 자장자장 베로니카 자매님! 괜찮아 신부입니다. 아기를 데리고 미사참례를 하시니 많이 힘드시겠어요. 보통 어머니들은 아기가 울거나 칭얼대서 미사 중 다른 신자들에게 폐를 끼칠까봐 아기를 데리고 미사에 오길 힘들어 하시죠.

하지만 지금 베로니카 자매님처럼 아기와 성당 마당에서 미사를 보더라도 아기를 데리고 성당에 가는 것은 사랑스런 자녀에게도 참 좋은 것입니다. 아기를 위해서 조금은 힘들더라도 계속해서 함께 미사에 참례하시길 바랍니다. 가능하면 남편분도 함께 미사참례 하셔서 번갈아가며 아이를 돌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미사 타종 얘기를 들으니 예전에 선배 신부님께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한 꼬마가 이른 아침에 미사 복사를 하는데, 너무 졸린 데도 간신히 잠을 참아가며 제대 옆에서 신부님을 도왔답니다. 이제 성찬전례가 시작돼 종을 칠 시간이 다가왔는데, 꼬마가 종을 치는 막대기를 가져오지 않았단 걸 그제서야 알게 됐답니다! 안절부절 하는 사이 어느새 신부님께서는 축성한 제병을 높이 드셨지요.

기다리는 종소리가 나질 않자 신부님이 복사를 힐끗 쳐다보셨는데, 너무 당황했던 꼬마는 결국... 입으로 “뎅!”하고 종소리를 냈대요. 신부님은 종소리가 이상하니 다시 복사를 쳐다보았지요. 그러자 그 꼬마는 자기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신부님이 못 들으신 줄 알고 더 큰소리로 침을 튀기며 “뗑!뗑!!”했더랍니다.^^           

미사 중 성찬전례 때 사제가 제물을 축성한 다음 이를 높이 올리는 것을 거양성체라 합니다. 거양성체는 신자들이 예배를 하며 제사의 본질적인 부분이 행하여지는 시기를 알려줄 목적으로 하였으며, 바로 이때에 복사가 종을 칩니다. 종을 치는 이유는 축성된 빵과 포도주의 모습으로 현존하시는 주님을 보고 경배하라는 뜻이지요.

지금은 마이크 시설이 잘 되어 있어 미사 때 사제가 읽는 기도 소리를 잘 들을 수 있지만 옛날에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특히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에는 사제가 신자들을 등지고 미사를 드렸기에 제대에서 진행되는 미사를 정확하게 볼 수가 없었습니다. 또한 당시엔 라틴어로 미사를 드렸기 때문에 라틴어를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신자들도 많았죠.

그래서 “봉헌된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하는 지금이 중요한 미사의 순간이다”라는 의미로, 신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킬 목적으로 종을 쳤습니다.

미사 때 치는 종 이외에도 성당에 걸린 종에 대한 의미도 알아두세요. 명동성당처럼 오래된 성당들은 종탑에 큰 종을 달고 있는데요, 이 종은 천사의 소리로 마귀를 쫓아내고 전례 집회에 신자들을 불러 모으는 용도로 쓰여 왔습니다.

과거에는 종소리를 통해 공동체가 모두 한 가족임을 기억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한마디로 거룩한 순간에 집중하도록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 미사 중에 종을 치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미사 때 종을 치는 것이 미사의 필수 요건은 아니지만 지금도 옛날에 하던 관습대로 종을 치고 있습니다. 그러니 베로니카 자매님, 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 미사 때 종을 치는 의미를 잘 설명해주세요. 지금은 잠깐 성당 마당으로 나가계셔야 하겠지만요.ㅠㅠ(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