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가톨릭 기사 콘테스트 당선작 – 장려상>

삶의 현장 속에 성령의 손길
 

세월호에 관한 미사가 안산에서는 매일 봉헌 되고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는 수요일 7시에 한 번 봉헌된다.

그곳에는 학생들의 영정이 이곳저곳에 걸려 있지만 그동안 무심히 지나다니는 것이 부모가 아닌 이상 그렇게 애끓는 마음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저 어쩌다 눈물을 흘리거나 안 됐다는 생각을 할 뿐이다.

지난번 과천 장애인 주일 행사가 있었다. 기념 미사를 드리고 우중에 여고생들이 빈 도시락과 잔반 처리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신자들이냐고 물으니 자원봉사를 하러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학생들의 얼굴이 희어 보이고 입술이 붉다. 그 하얀 얼굴들을 보고 있으니 세월호의 아이들이 떠오른다. 그 예쁜 아이들이 한 명도 아니고 수백 명이 바다 속에 빠져죽은 것이다. 그제야 부모들의 아픔이 보인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어떻게들 살아갈까?

며칠 후 광화문에서 미사에 참석하였다. 시들이 등 뒤에 걸려 있고 그중에 시 한수를 무심코 읽었다. 뛰어난 글이어서 시인이 썼나 했더니 한 희생자 어머니가 쓴 것이다. 모성의 통곡이 진솔하게 적혀 있어 김소월의 초혼을 연상케 한다.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ㅡ, 내가 그 이름을 부르다 죽을 이름이여!ㅡ” 하는 그 유명한 시 말이다. 주된 내용은 아이의 탐스런 얼굴, 통통한 볼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그 일로인해 나의 기도는 막연함을 벗었다. 물론 학생이나 부모들에 대해서만 그렇다.
 

그동안 우리의 무관심이 가족들에게 아픔이 되지 않았을까? “이제 그만하자!” “그렇게 까지 해야 하나?” 그런 말에 동조하지 않았어도 바쁘다 보니 거리를 두지 않을 수 없었다. 보다 많은 신자들이 미사에 참석하여 부모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었으면 한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그것이 그들 치유의 길이 아닌가 한다. 물론 현 정부의 변화 있는 태도가 근본적인 것일 것이다.

우리 이웃들이 겪는 아픔과 상처는 사건과 시대만 바꾸었지 반복되는 것 같다. 지금 편안한 우리들도 언제 불편해질지 모를 것이다. 그렇게 다가오는 것이 정의와 평화를 향한 주님의 초대라고 의정부 교구 정평환 위원장 신부는 말하고 있다. 골고다의 죽음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예수도 예루살렘에 올라가기 전에는 잘 나가던(?) 사람이 아니던가? 위대한 예언자였고 유대인들에게는 랍비였다. 그러던 그가 붙들렸고 사람들의 냉정함과 무관심 속에 묻혀 무덤 속에 갇히지 않았던가?

세월호 사건도 그렇게 될 수 있고 그러하니 복수의 칼을 들어야 한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아닌 것 같다. 우리 모두가 다 공범이 아닐까? 누구만의 잘못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꽃동네 신상현 수사는 경계를 한다. 정부에서 1년 이상 품고 왔던 사건이 사랑은커녕 자기 방어적이고 은폐적 모습을 드러냈고 지금도 시원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 그런 식으로 끌다가 잊게 하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우려가 있다. 무엇을 감추고 있기에 그런 것일까?

우리는 시민들을 대신해서 죽기를 각오하고 진리와 정의를 외치는 이들 세월호 가족과 이웃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세상의 변화를 원한다면 누군가의 희생이 따르지 않을 수 없고 그것이 학생들의 희생으로 그쳐야 하는가? 이는 죽은 학생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 아닐까?


                                                                                     글| 김동기 사도요한(신월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