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가톨릭 기사 콘테스트 당선작 – 최우수상>
 

내맡김의 삶, 천상의 삶, 고희연을 피정으로
주님, 이끌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천상의 삶은 죽어서야 가능한 것일까. 프란치스코 교황의 <복음의 기쁨>이 지난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복음은 기쁨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특히 가정 공동체가 그리스도 복음의 메시지로 얼마나 기쁨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고 있는지 많은 이들이 ‘관심’을 넘어 ‘연구’를 하고 있는 시대가 되었다. 복음의 기쁨이 넘치는 가정 공동체가 이 시대의 얽히고 꼬인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는 이유이다.

'서로의 차이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배우는 곳'(복음의 기쁨, 66항)- “가정”을 주신 주님의 뜻을 삶으로 응답하는 한 가정을 소개한다.

황금 연휴 기간인 지난 5월 2일 배옥분 요셉피나씨(부산 광안)는 고희(古稀)를 맞았다. 딸 4자매가 의기투합하여 외국여행을 보내준다는 것을 마다하고 요셉피나씨는 가족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지리산 청학동의 피정의 집, '마리아처럼'에 초대합니다. 몸만 오세요.”

그렇게 3박4일의 고희연, 가족 피정이 시작되었다. 지리산 청학동에 위치한 '마리아처럼'은 성모 마리아를 본받아 내맡김의 삶을 살고자 하는 신자들에게 무료로 열려진 피정의 집이다. 주님께 내맡긴 삶이 최고의 삶임을 깨달은 요셉피나씨는 자신의 고희연을 '내맡김의 집(마리아처럼)'에서 하고 싶은 소망을 남몰래 간직해 왔다.

앞선 계획도, 긴 설명도, 강요도 없었기에 과연 몇 명의 가족이 모일 지 요셉피나씨는 궁금했지만 그 또한 주님께 맡기고, 본당 미사를 마치고 이웃의 결혼식도 축하해 주는 등 그 날의 할 일을 마치고 지리산으로 향해 저녁 무렵 도착해 보니 무려 23명의 가족들이 산 속 조용한 피정의 집을 점령하고 있었다.  

글| 김혜옥 젬마(방배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