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심(悔心) | |
|---|---|
| 단축 Url : http://newsseoul.catholic.or.kr/?i=215 | 2015-07-17 조회 3042 |
|
글| 유인창 안사노 신부 (청년성서모임) 1994년 1월, 사제서품을 앞두고 저는 30일 대침묵 피정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하루에 1시간씩 다섯 번 성경을 묵상하고, 묵상한 내용을 글로 정리하고, 지도신부님과 면담을 해야 했습니다. 정말이지 먹고 자는 시간 말고는 철저하게 봉쇄수도원의 수도자처럼, 사막의 은둔자처럼 지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주님의 빛 안에서, 내가 나 자신을 대면(對面)하는 일이 정말로 어렵다는 사실을. 일주일째 이어지는 면담에서 지도신부님은 제가 잘못하고 있다고,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지도신부님을 향해 저는 거꾸로 ‘당신이 저를 잘못 지도하고 있다’고, ‘당신이 제가 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고 있다’고 마음속으로 불만을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으니까,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묵상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갑시다.” 피정 열흘째 되는 날 마주한 지도신부님의 말씀이셨습니다. ‘지체할 수가 없으니까…라니? 내가 잘 해서가 아니라 마지못해, 하는 수 없이 이 정도로 마무리하자는 소리잖아?!’ 무표정한 듯 미소를 짓고 계시는 건지, 아니면 비웃고 계시는 건지 잘 모를 지도신부님의 얼굴을, 차오르는 화를 꾹꾹 누르며 쳐다보았습니다. 오랜 묵상 시간이 무색하리만치 저의 답변은 강퍅했습니다. “아담의 죄는 선악과를 따먹은 것이고, 천사는 죄를 지을 수가 없습니다.” 자리를 물러나와 다시 경당에 가서 앉았습니다. ‘하느님과 같아져서… 천사가 교만해지면 악마가 된다…’ 멍한 머릿속에서 신부님의 대답이 계속 울리고 있는데, 경당 정면에 걸린 커다란 십자가가 눈으로 들어왔습니다. 인격과 신앙이 반드시 나이⋅지위⋅경력⋅교육⋅재산과 비례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경우에 그런 것들이 인격과 신앙의 완성에 방해가 되는 것을 목격합니다. 그리고 한 번으로 완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인간의 애씀은 필요하고 유효한 것이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주님의 은총만이 회심을 가능케 하고, 참된 나를 만날 수 있게 합니다. 올여름에도 많은 청년들이 주님의 은총으로 눈물 흘릴 수 있게 되기를, 그리고 우리 가톨릭 청년성서모임 안에서 저 역시 자신의 허물을 더 벗겨낼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서울대교구 가톨릭청년성서모임 소식지 <말씀의 방> 2015년 6월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