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청과 산하 기관의 소식을 모았습니다.

[교구청·산하기관]  <제1회 가톨릭 기사 콘테스트 당선작 – 장려상>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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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8    조회 491

<1회 가톨릭 기사 콘테스트 당선작 장려상>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

 

하느님이 어디 있어요? 제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하느님은 안 계시는 거에요!” 초등부 주일학교 교사를 시작한지 얼마 안된 무렵이었습니다. 제 첫 교리시간에 한 아이가 손을 번쩍 들고 소리쳤습니다. 하느님은 없다고, 선생님이 거짓말하는 거라고 말입니다. 아직 선생님으로써 아이들 앞에 나가 교리를 가르치는 것이 어색하고 긴장이 되던 찰나, 그 아이의 말을 듣고 머리 속이 새하얗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 내내 준비한 첫 교리는 허무하게 끝이 났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사실 그 아이가 참 괘씸했습니다. 공들여 준비한 교리도 망쳤고 친구들도 방해 하는 아이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유치원 때부터 주일학교도 다녔고, 세례도 받았으며, 가족 모두 성실한 신자라는데 어떻게 어린아이 입에서 그런 단호한 말투에 공격적이기까지 한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주일이 지나고도 한 주 내내 마음이 쓰였습니다. 많은 고민들로 머리가 복잡했고, 또 마음은 무거웠습니다.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아, 하느님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하느님을 믿지 않는 아이들에게 제가 어떤 말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을지 가르쳐 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제 간곡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은 계속 묵묵부답이셨습니다. 슬슬 응답 없는 기도에 지쳐갈 무렵, 불현듯 하느님의 말씀이 들렸습니다. 그리고 곰곰이 나 자신을 되짚어 보고 나서야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계획에 없던 유학생활에 많이 지치고 힘겨웠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외국 생활은 해외 여행과는 또 다른 이야기라는 것을 몰랐으니까요. 하나서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바뀌었고 싱가포르는 한국과는 매우 달랐습니다. 무조건 나의 기준에서 틀리면, 배척하고 밀어내기 급급하던 중 저에게 큰 깨우침을 준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날도 아마 심통이 난 얼굴로 교실 한 구석에 엎드려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엄마는 싱가포르 아이들과 말 한마디 안 섞는 나에게 화를 내셨고, 나는 나대로 말이 안 통하는데 어떻게 하느냐며 아침에 크게 싸웠기 때문입니다. 그 때, 항상 나를 호기심 어린 얼굴로 지켜만 보던 여자 아이가 제 책상에 작은 비닐봉지를 올려놓았습니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시원하게 얼린 망고였습니다. 싱긋 웃어 보이며 어색하게 건네던 그 친구의 서투른 한국어 그 한 마디를 어찌 잊고 있었을까요? “너 덥다? 힘내.” 
 

       살아가면서 우리들은 항상 타인과 나의 공통점에 비해 다른 점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선을 긋는 것에 익숙합니다. 그렇게 남을 다르다고 규정지으며 어쩌면 우리 존재의 불확실함을 지워나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렇듯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것을 눈으로만 확인하려 한다면 얼마나 무수히 많은 것들을 잃고 사는지 우리는 자꾸 잊어버리게 됩니다. 하느님에 대한 믿음도 우리가 간과하고 지나치는 것들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지난 날, 저는 싱가포르 친구와의 피부색, 언어 그리고 종교와 같이 눈에 보이는 차이점에만 사로잡혀 낯선 나라에 적응 하지 못하는 저를 걱정하는 그 친구의 예쁘고 고마운 마음을 몰라주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아직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믿고 다가가기가 어려운가 봅니다. 하지만 꼭 아이들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뻔한 말 같지만, 정말로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값지고 귀중하다는 것을.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은 항상 너희를 지켜보고 사랑하신다는 것을 앞으로 계속 알려주어야겠습니다. 그게 하느님께서 주신 제 기도의 응답이었으니까요. “비비안나야, 가서 아이들에게 전해주어라. 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를 진실로 믿으면 내가 보일 것이라고 말이다.” 
 
 

| 황경진 비비안나(방학동본당) 

  

  ◈ 심사평

- 허영엽 신부 : 자신의 일상을 스토리 형식으로 풀어내면서 내면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내 글을 끌고 가는 힘이 있어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 손희송 신부 : 흥미를 유발하는 질문으로 시작하였으나, 대답에 이르는 논리전개가
                    다소 미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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